사진/JeJu

4월 11일 만장굴 - 성산일출봉

hyunhana 2014. 4. 22. 12:23

별로 계획을 짜고 내려왔던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별 생각없는데


언니가 어디 갈거냐고 계속 물어봐주셔서 쥐어짜내듯 일정을 만들어냈던 나날들.


태워다주신다기에 버스타고 가기에 애매한 만장굴..에 가기로 했다.


계속 며칠째 얇은 가디건 한장 걸치고 다니다가


딱 이 날 모자달린 검은 외투를 입고 나갔는 데 정말 신의 한수였다는 건 만장굴에 가서 알았지.



매표소에 지폐 몇장 손에 쥐고 지불할 준비하며 


-도민 할인 됩니까? 라고 물었더니 혼자냐며 혼자는 무료라고 해서... 멋쩍게 0원짜리 표를 끊고 입장.


(입장객 통계를 내려고 그러나?)


만장굴 사진 없음.


필카를 들고 갔었는데 굴은 어둡기에- 폰 플래시 터트리는 몰상식한 짓 하기도 싫고


그냥 보는 데 집중했던 만장굴. 다음번엔 직원아저씨한테 가이드 부탁드려야겠다!


관람 다하고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었는데


버스 자주 오는 큰길가 버스정류장까지 손님 실어나르는 택시 아저씨에게 설득당해 택시타고 감.


바로 어제 표선면에서 아주 비싼 택시를 탔었다고 아저씨는 미터기 요금이라 좋다고 내가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말해드렸다.


내가 타고 나가기 전에 외국인 커플이 그 택시를 먼저 타고 나갔었는데 버스정류장에 그 커플이 있었고


버스 시간표를 보며 커플이 헤매며 우왕좌왕.


여자가 나한테 어디가냐고 묻길래 성산. 짧게 대답해줬는데(나도 모르게 영어발음처럼 어색한 서ㅇ싼.. 발음 시전.)


그 둘도 성산에 가는 모양인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윽.


10분이면 버스 올거라고 말해줬는데도 버스 언제 도착하는지 궁금해하니 나도 어쩔줄 모르겠더라.


나는 버스 시간표 신경 안쓰고 다니는 사람이고, 게다가 그 정류장은 시간표에 적혀져 있는 정류장도 아니라서


언제쯤 버스가 오는지 궁금해하는 외국인 커플의 니즈를 해결해주기위해 120에 전화까지 했으나


통화중에 버스가 옴. ㅋ 버스를 열심히 가르키며 그 커플에게 저거 타면 된다고 말하고


속으로 안도하며 같이 탐.



그렇게 성산리 도착.


그쪽 주변도 관광버스가 장난아님. 나름 조심하며 왔다갔다.


일단 표부터 끊고 점심먹고 오를 생각으로-


정말 성산은 도민도 돈 받아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무료였음.



점심때라 먹고 가야하는데 음식점들 죽도 너무 비싸서(15000원 정도) 값싸게 끼니를 해결하려고 롯데리아....에 갔다.


고교시절에 롯데리아에서 알바한 경력이 있어서 롯데리아만큼은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돈 앞에선 어쩔 수 없군.




사람 얼굴 같아서 찍었던 바위.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것 같아.


내려다 보이는 성산리 모습.


정상에서.


간식으로 들고 갔던 한라봉(졸맹이)와. 이 사진 찍자마자 내 뱃속에 들어왔지.


이 사진 찍을때 옆에 앉아 쉬고 있던 부자가 참 인상적이었다.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어린 아들이었는데


아빠가 아들에게 나긋나긋 말해주는 말들이 기억에 남아-


엄마는 집에 있고 아빠와 아들만 캠프 참여로 온 듯 했다.


- 아빠가 여기 대학생때 와보고, 엄마랑 연애할때 왔었어. 그리고 세번째는 너랑 왔네.

라고 말하며 추억에 젖는 아버지와 별 생각없는 귀여운 아들.


그냥 그 상황이 정말 따뜻해서 좋았다.


내려올때- 광치기해변. 이때까지만해도 내려가서 광치기 해변에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해녀의 집.


십년만에 성산에 왔는데 해녀의 집을 비롯해서 구석구석 좀 봐야겠다 싶어서 일단 감.





배고프지 않았지만, 육지에서 전복죽 많이 먹고 싶어했으니까~ 성산리 동네 음식점보다 저렴한 해녀의 집에서 전복죽.


여기서도 삼춘과 대화꽃.


역시나 왜 혼자왔어~로 시작했던 대화.


이런저런 얘기, 재외도민증 꺼내서 보여드리기도하고


제주 여행 하면서 제주로 시집오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는데 여기서도!


나이가 몇이냐 물으시더니- 조카? 중매 서주겠다며 


연락하라고 성함과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셨다. (!!)


어른 번호를 받았는데 아직 연락을 못드렸다. 인사라도 드려야지 싶은데- 어떡하지.





이 날은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광치기해변 가는 길에 물집이 또 심해져서


성산리를 떠돌며 앉을 곳을 찾다가 남의집 평상에 앉아 신발,양말 벗고 응급조치!


혼자 어슬렁 다니니까 관광객들이 이 동네 사는 사람이냐면서 길을 묻고ㅜㅜ


어떤 중년여성들은 성산까지 와놓고 올라가기 귀찮다고


성산 주변 뱅 둘러보려고 막무가내로 괜찮다며 남의 어업장에 들어가려고 하는 걸 겨우 말렸다.


성산 해녀의집 근처를 그쪽으로 착각한듯 보여서 입장한뒤에 올라가지말고


옆에 해녀의집으로 빠지면 둘러볼수 있다고 인내심 발휘하여 설득.으로 끝난게 아니라


제주에 땅보러 온 돈 많은 분들인지 제주도는 부동산이 없냐면서 안보인다고 부동산이 어디있냐고 물어봐서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하하하하하하


그런데는 여기서 찾지 말고 시내나 번화가 쪽에서 찾으라고 말해주고 나름 친절히 보냄..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제일 힘든 사람들이었다.



심신이 지쳐 광치기는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성산에 갈때까지는 바로 다음날(토요일)에 친척들과 우도에 갈 예정이었기에


내일 우도갈건데 오늘 난 성산을 가고 있구나. 좋은 곳은 또 가면 좋지 싶었는데


그 다음날의 우도행이 취소되어 성산에 간 것도 신의 한수가 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