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날 그날

눈을 감고

hyunhana 2014. 11. 23. 19:06

지금도 그러하지만 십대때는 장애가 없는 모든 사람은 예비장애인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어느 신체 기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고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다. 시력을 잃는다면, 오른손을 못쓰게 된다면'과 같은 가정하에 눈을 감고 걷는다던지 오른손이 하던일을 왼손으로 해본다던지- 지하철이나 보도블럭에 있는 시각장애인 유도블럭 위에서, 유도블럭 없어도 주변에 사람이 없다 싶으면 눈을 감고 걸어봤다. 발감각에 의지해서 걷는데 유도블럭 없는 곳에서는 내가 생각한 방향과 각도가 몇도만 틀어져도 엉뚱한 방향으로 걷고 있어서 쉽지가 않다. 부딪히거나 넘어질까봐 가는 방향으로 사람이 아무도 없을때만 하는데, 햇살 좋던 그 어느날에도 눈을 감고 걷다가 얼마 못가서 눈을 떴는데 좋아하던 사람이 나랑 나란히 걷고 있었다. 눈감고 걷는 날 보고 다가와서 짧지만 같이 걷고 있던 것이다. 눈을 감았다 뜨니 햇살에 그 모습이 유독 밝게 빛나서 세상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